문의 한 통이 규칙을 바꿨다 : 웹게임 혼자 만들기(17)
고객센터에 문의가 하나 와 있었다. 아레나에서 퀘스트에 필요한 만큼 분명히 싸웠는데, 주간 퀘스트 칸은 몇 판 모자라게 찍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보상을 못 받고 있다고.
읽자마자 철렁했다. 퀘스트 숫자가 틀리게 세진다면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아레나 주간 퀘스트가 덜 세진 이유
처음엔 집계 버그부터 의심했다. 주간 퀘스트가 새로 열리기 전 판이 섞였나, 퀘스트를 고르기 전에 싸운 판을 빼고 센 건가, 무승부나 시간 초과는 안 세나. 가설을 몇 개 세워 놓고 코드를 따라갔다.
원인은 그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내가 만든 규칙이었다.
아레나에는 같은 상대와 하루에 싸울 수 있는 횟수에 선을 그어 둔 규칙이 있다. 다른 계정으로 같은 사람한테 일부러 져 주면서 점수를 몰아주는 걸 막으려고 넣은 거다. 선을 넘긴 판은 싸우긴 해도 레이팅이 안 바뀌고 보상도 없다. 그리고 퀘스트랑 업적 횟수에도 안 들어갔다.
모자란 판이 딱 그렇게 같은 상대를 또 만난 경기였다. 계산은 규칙대로 정확했다. 버그는 아니었다.
버그가 아니라고 끝낼 수 없었다
근데 답장에 규칙이라서 그렇다고만 쓰고 닫기가 영 찜찜했다.
아레나 상대는 무작위로 잡힌다. 같은 상대를 피하고 싶어도 고를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이 규칙은 이용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이유로 퀘스트를 깎고 있었던 거다. 막고 싶었던 건 짜고 치는 판이었지, 운 나쁘게 같은 사람을 또 만난 판이 아니었다.
그래서 답장은 이렇게 보냈다. 버그는 아니고 같은 상대 제한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세는 방식과 화면 안내를 고쳐서 결과를 다시 알려 드리겠다는 것.
아레나 규칙을 이렇게 바꿨다
같은 상대 선을 넘긴 판도 퀘스트와 업적 횟수에는 센다. 레이팅이 안 바뀌고 직접 보상이 없는 건 그대로 둔다. 하루에 걸 수 있는 공격 횟수 제한도 그대로다.
대신 같은 상대 판으로도 퀘스트가 차오르니까, 퀘스트 보상까지 가는 길은 전보다 조금 빨라진다. 그건 알고 고른 거다.
결과 화면에도 한 줄을 붙였다. 선을 넘긴 판이라도 퀘스트랑 업적 횟수에는 센다는 안내.
여기서 하나 걸렸다. 그 안내가 방어 기록에도 뜨고 있었다. 횟수가 올라가는 건 공격한 쪽뿐인데. 규칙을 바꾸기 전에 치른 경기 기록에도 똑같이 붙었다. 그때는 실제로 안 셌는데 화면만 셌다고 말하는 꼴이다. 그래서 바뀐 뒤에 공격한 경기에만 문구가 보이게 고쳤다.

빠진 판을 채우는 일
규칙을 바꾼다고 이미 지나간 판이 저절로 세지진 않는다. 문의한 분의 그 주 퀘스트는 여전히 모자란 채였다.
채워 넣는 데도 지킨 선이 있었다. 확인된 경기만 넣는다. 모자란 판이 정말 같은 상대 선에 걸린 경기인지, 퀘스트를 고른 뒤에 치른 건지, 그 주 안의 경기인지부터 봤다. 승리 횟수는 그 판을 실제로 이겼을 때만 올린다. 퀘스트가 모자라다는 사실만으로 이긴 걸로 쳐 주진 않는다.
같은 보정이 두 번 들어가지 않게 표시를 남겼고, 숫자를 통째로 덮어쓰지 않고 빠진 만큼만 더했다. 확인해 보니 빠진 판은 모두 이긴 경기였다.
보상은 직접 넣어 주지 않았다. 퀘스트가 다 찬 상태까지만 만들어 두고, 받는 건 평소처럼 본인이 받게. 그리고 약속한 대로 결과를 편지로 알려 드렸다.
사냥터 안내에 생긴 무기 한 줄
비슷한 일이 며칠 전에도 있었다. 활이랑 석궁은 어디서 나오느냐는 문의였다. 답장에는 활이랑 석궁이 주로 나오는 도시 이름을 적어 보냈다. 확률 숫자는 빼고.
근데 그 목록을 보다가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다. 어떤 도시 사냥터엔 활도 석궁도 주로 나오는 목록에 없었다. 이용자 입장에선 거기서 활이 주로 나오지 않는다는 걸 화면만 보고 알기 어려웠다. 물어보기 전까지는.
그래서 사냥터마다 ⓘ 를 누르면 그 사냥터에서 주로 나오는 무기가 보이게 했다. 처음 생각은 주로 나오는 목록에 없는 무기를 알려 주는 거였다. 근데 도시마다 빠진 종류가 많아서 그걸 늘어놓으면 줄이 너무 길어진다. 그래서 주로 나오는 쪽을 적고, 끝에 그 밖의 무기는 드물게 나온다고 붙였다.
문의가 알려 준 것
두 문의가 내가 못 보던 걸 보여 줬다. 규칙은 내 머릿속에서 말이 되면 다 된 줄 알았는데, 화면 앞에 앉은 사람한테 설명이 안 되면 그건 덜 만든 규칙이었다.
솔직히 좀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물어봐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고칠 수 있었다.
다음엔 수호천사가 길잡이가 되기까지, 멘토 제도에 이름을 붙이던 얘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