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시험을 접던 날 : 웹게임 혼자 만들기(16)
첫 전쟁 시험이 끝나고 한동안 전쟁이 없었다. 두 길드 다 당분간 선전포고를 안 할 생각이었다. 시스템으로 막아 둔 건 아니다. 그냥 아무도 안 누른 거다.
그래서 전쟁이 열리는 밤엔 업데이트를 올리지 않는다는 규칙부터 내려놨다. 지킬 이유가 없어졌으니까. 그리고 며칠 뒤 마음을 정했다. 전쟁 시험은 여기까지.
시험용으로 만든 길드
14화에서 쓴 대로 이 시험은 길드 두 개를 직접 만들어서 했다. 근데 평범한 길드가 아니었다. 시험을 굴리려고 규칙 몇 개를 비켜 가게 해 둔 길드였다.
새로 만든 길드는 한동안 전쟁에 못 끼는 보호 기간이 있다. 그걸 넘기려고 한쪽 길드의 창설 시각을 앞으로 당겨 놨었다. 새로 가입하는 사람은 인원이 적은 쪽에 자동으로 들어가게 했고, 붙어 있는 도시도 하나씩 쥐여 줬다. 정리할 날은 원래 따로 잡아 뒀는데, 시험을 접기로 한 김에 그걸 앞당겼다.
시험을 접는다는 건 이걸 다 원래대로 돌린다는 뜻이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까
정한 건 이렇다. 두 길드 다 해산. 길드원은 모두 내보내 무소속으로. 도시는 주인 없는 상태로 돌려준다. 앞당겨 놨던 창설 시각은 실제로 만든 시각으로 되돌리고, 신규 가입자를 자동으로 넣던 장치도 닫는다.
보통은 길드를 나가면 하루 동안 다른 길드에 못 들어간다. 이번엔 그걸 걸지 않았다. 시험 때문에 들어온 사람들이니 바로 다른 길드를 고를 수 있어야 했다.
이름은 남겼다. 전쟁 기록에 그 길드 이름이 그대로 보이게. 대신 해산한 길드가 이름을 계속 쥐고 있어서 같은 이름으로 새 길드를 만들 수는 없다. 그건 알고 고른 거다. 그날 밤 누가 누구랑 싸웠는지는 이름째로 남아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길드원들한테 편지를 한 통씩 보내기로 했다. 시험이 끝나 길드를 정리했다는 것, 같이 해 줘서 고맙다는 것, 이제 다른 길드에 바로 들어가거나 새로 만들어도 된다는 것, 전쟁 기록은 남는다는 것.
바로 지우지 않았다
진짜 이용자 캐릭터가 걸린 일이라 한 번에 손대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먼저 지금 상태를 읽기만 했다. 진행 중이거나 정산을 기다리는 전쟁이 없는지, 길드원이 몇이고 도시가 어디인지.
그다음엔 정리를 끝까지 돌려 보고 마지막에 전부 취소하는 연습을 했다. 다 정리됐을 때의 모습만 확인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거다. 이걸 세 번 했다.

연습에서 걸린 것
세 번 돌리는 사이에 고칠 게 나왔다.
하나는 틈이었다. 처음엔 전쟁이 없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길드를 붙잡고 정리를 시작했다. 그 사이에 누가 선전포고를 눌러 버리면? 전쟁이 막 생겼는데 길드는 해산되는 꼴이 된다. 그래서 선포가 끼어들 수 없게 길드부터 붙잡고, 그 상태에서 전쟁이 없는지 확인하게 순서를 바꿨다.
또 하나는 서로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정리가 편지를 넣는 동안 마침 그 사람이 길드 쪽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두 쪽이 상대가 끝나기만 기다리다 같이 멈출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충돌이 나면 기다리는 대신 정리를 포기하고 전부 되돌리게 했다. 다시 돌리면 되니까.
결과를 적는 방식도 고쳤다. 맨 끝에 확정하는 순간 연결이 끊기면, 실제로는 정리가 끝났는데 기록엔 전부 되돌렸다고 남을 수 있었다. 그럴 땐 결과를 모른다고 적고 따로 확인하게 바꿨다.
마지막 건 좀 웃겼다. 편지 문구를 만드는 부분에서 길드 이름이 두 번 붙고 있었다. 이름 자리에 이름이 연달아 두 번. 그대로 보냈으면 이름이 겹친 안내 편지가 나갈 뻔했다. 연습 결과엔 편지가 몇 통 나갔는지만 찍혀서, 본문까지 열어 보지 않으면 놓치는 실수였다.
그리고 해산
세 번째 연습은 이걸 다 고친 뒤에 돌렸다. 그게 깨끗하게 끝난 걸 보고 나서야 진짜로 실행했다. 편지까지 한 번에.
끝나고 나서 다시 읽기만 하는 확인을 돌렸다. 두 길드 다 해산, 남은 길드원 0, 가진 도시 0, 끝나지 않은 전쟁 0, 자동 배정은 꺼짐. 실제로 나간 편지에도 이름은 한 번씩만 들어가 있었다.
성문은 끝내 멀쩡했다
좀 아쉽긴 했다. 성문을 친 기록이 하나도 없는 채로 시험이 끝났으니까. 14화에서 남겨 둔 질문, 왜 아무도 성문을 안 쳤는지는 이번 정리로 풀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기록은 남았다. 53번의 싸움도, 14대 18도. 길드는 없어졌지만 그 이름 그대로 남아 있다.
다음엔 문의 한 통이 규칙을 바꾼 얘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