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 장을 그리다 : 웹게임 혼자 만들기(5)

2026.10.10 · 밥

캐릭터가 생기고 첫 사냥도 했는데, 정작 그 캐릭터가 서 있을 땅이 없었다. 홈에 세계에 점령할 수 있는 도시가 26곳 있다고 써 있었지만 그건 숫자일 뿐이었다. 이제 진짜 세계를 그려야 했다.

도시 26곳, 그리고 36곳

제일 먼저 정한건 길드가 뺏고 뺏기는 도시였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단계마다 6곳씩, 거기에 5단계 두 곳. 5단계는 신성 도시 무브랑 암흑 도시 알-데바란이다. 이렇게 26곳.

여기에 아무도 못 가지는 중립 도시 8곳을 더했다. 중립 도시엔 상점, 여관, 거래소, 창고가 있다. 전쟁이 나도 장사는 해야 되니까.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거점 하나, 지도 한가운데 아직 비밀인 도시 하나. 다 합쳐서 36곳이다.

처음 그린 세계 지도. 도시 36곳, 길 57개.
처음 그린 세계 지도. 도시 36곳, 길 57개.

배치는 바깥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단계가 높아지게 했다. 1단계가 제일 바깥에 있고, 강해질수록 가운데로 들어간다. 지도를 보면 내가 지금 얼마나 왔는지 보이게 하고 싶었다.

24를 5로 나누기

여기서 처음 막혔다. 1~4단계 도시가 24곳인데 일반 속성이 화염, 냉기, 자연, 강철, 대지 다섯 개다. 24는 5로 안 나눠진다.

단계마다 6곳인데 속성이 다섯 개니까 단계마다 한 속성은 도시가 두 곳이 되고, 전체로 보면 한 속성은 하나 적어진다. 어느 속성을 하나 적게 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대지가 하나 적어졌다. 대지 쓰는 사람들한테 좀 미안하다.

속성 다섯 개와 상성. 이때는 자연이었다.
속성 다섯 개와 상성. 이때는 자연이었다.

속성끼리는 물고 물리게 했다. 냉기는 화염에, 화염은 강철에, 강철은 자연에, 자연은 대지에, 대지는 냉기에 강하다. 다섯 개가 한 바퀴 돈다. 어떤 속성도 혼자 다 이길 수는 없다.

길이 하나 끊겨도

길을 그릴 때 하나 정해둔게 있다. 길 하나가 끊겨도 모든 도시에 갈 수 있어야 된다는 거다.

전쟁 게임이라서 그렇다. 어느 길드가 중간 도시 하나를 먹었다고 그 너머 도시들이 통째로 고립되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어느 길을 끊어봐도 돌아갈 길이 있게 57개를 이었다. 도시마다 2개에서 4개 정도씩 길이 나 있다.

도시 하나 갈 때마다 스태미너가 든다. 시작 거점에서 숲 마을 카웬까지는 다섯 번 이동해야 되고 스태미너 15가 든다.

도시를 누르면 단계, 속성, 시설, 이어진 도시, 가는 길이 나온다.
도시를 누르면 단계, 속성, 시설, 이어진 도시, 가는 길이 나온다.

이름 짓기가 제일 어려웠다

도시 36곳 이름을 짓는게 진짜 어려웠다. 지도 그리는 것보다 오래 걸렸다. 그때 확정한건 다섯 곳뿐이고 나머지는 다 후보였다. 지금도 몇 곳은 마음에 걸린다.

대신 도시마다 한 줄 소개를 쓰는건 재밌었다. 검은 화산재 위에 세운 성채 도시, 성벽 돌은 식은 용암을 깎아 만들었다. 불의 탑을 중심으로 선 학원 도시, 서고 책장 절반에 그을린 자국이 있다. 철새가 돌아오는 날이 새해의 시작인 꽃섬 도시. 카웬은 거목의 가지 사이에 집을 매단 숲 마을이다.

한 줄씩 쓰다 보면 그 도시에 누가 사는지가 조금씩 보였다. 이게 이 게임이 글자로 하는 게임이라서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림 한 장 없이도 도시가 생긴다.

새로 깨어난 이들

그리고 시작 거점에는 이런 소개를 붙였다.

모든 캐릭터가 처음 서는 곳.
모든 캐릭터가 처음 서는 곳.

새로 깨어난 이들이 처음 모이는 임시 거점.

플레이어들은 이 세계에 원래 살던 사람들이 아니다. 어디서 왔는지, 왜 깨어났는지는 게임 안에서 조금씩 알게 된다. 이건 아직 비밀로 해두겠다.

그렇게 세계를 다 그리고 사흘쯤 지났을 때, 저 상성표에 있는 '자연'이라는 이름 하나를 바꾸게 됐다. 이름 하나 바꾸는게 그렇게 일이 클 줄은 몰랐다. 다음엔 그 얘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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