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이름을 바꿨다 : 웹게임 혼자 만들기(6)
세계를 다 그리고 사흘쯤 지났을 때였다. 상성표를 보다가 '자연'이라는 글자가 계속 걸렸다. 화염, 냉기, 강철, 대지 사이에 자연이 끼어 있으니까 혼자 결이 달랐다. 그래서 바람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름 하나 바꾸는 거니까 금방 끝날 줄 알았다.

이름만 바꾸면 끝일 줄 알았다
바람으로 바꾸고 나니까 상성이 이상해졌다. 원래는 강철이 자연을 이기고, 자연이 대지를 이기고, 대지가 냉기를 이기는 순서였다. 나무를 도끼로 베고, 뿌리가 땅을 뚫고. 자연일 땐 말이 됐는데 바람으로 바꾸니까 하나도 말이 안 됐다. 바람이 땅을 이긴다고? 쇠가 바람을 이긴다고?
그래서 상성을 다시 짰다. 후보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냉기가 화염을, 화염이 강철을, 강철이 대지를, 대지가 바람을, 바람이 냉기를 이기는 순서. 다른 하나는 바람이 화염을, 화염이 냉기를, 냉기가 강철을, 강철이 대지를, 대지가 바람을 이기는 순서였다.
바람이 화염을 이기는 쪽은 다섯 개가 전부 바뀐다. 냉기에서 시작하는 쪽은 세 개만 바뀌고 얼음이 불을 끄고 불이 쇠를 녹이는 익숙한 줄은 그대로 남는다. 둘 다 돌려봤는데 냉기 쪽이 전체 밸런스를 거의 안 건드렸다. 그래서 그걸로 했다.
이유를 한 줄씩 붙이면 이렇다. 얼음이 불을 끈다. 불이 쇠를 녹인다. 쇠 곡괭이가 땅을 가른다. 산이 바람을 막는다. 바람이 서리를 흩는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까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상성은 외우는게 아니라 그냥 납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줄줄이 따라 바뀐 것들
상성만 바뀐게 아니었다.
자연 속성에는 중독이라는 상태이상이 붙어 있었다. 바람이 독을 거는건 좀 이상하니까 이름을 칼바람으로 바꿨다. 매서운 바람에 계속 베여서 행동이 끝날 때마다 조금씩 피해를 입는 거다. 동작이랑 수치는 그대로 두고 이름이랑 설명만 바꿨다.


그 다음엔 사냥터였다. 사냥터마다 그 도시에 맞게 상성이 불리한 적을 섞어놨었는데, 상성이 바뀌니까 그 배치가 다 틀어졌다. 냉기 도시, 바람 도시, 대지 도시 사냥터에서 적 28마리를 새 상성에 맞게 다시 넣었다.
요일마다 나오는 보스 중에 자연 속성 보스는 이름부터 다시 지었고 약점도 다시 맞췄다. 매뉴얼에 있던 상성 예시 문장은 바꾼 상성에서는 틀린 말이 돼서 고쳤다.
제일 컸던건 그림. 장비 그림을 그리려고 써둔 요청서에 자연 느낌으로 나뭇잎, 덩굴 이런게 다 들어가 있었다. 이걸 바람 느낌으로 다시 써야 했다. 다시 쓴 요청서가 210건이었다. 그동안 자연 속성 그림은 아예 멈춰뒀다.
색은 그대로 초록으로 뒀다. 바람에 초록이 맞냐고 하면 좀 애매한데, 이미 그려놓은게 너무 많았다. 아이콘만 바람 모양으로 바꿨다.
이름은 처음에 잘 짓자
이때 배운게 있다. 게임에서 이름은 그냥 이름이 아니라는 거다. 이름 하나에 규칙이 붙고, 규칙에 숫자가 붙고, 숫자에 그림이 붙는다. 하나를 바꾸면 그 줄에 매달린게 다 같이 흔들린다. 2화에서 숫자 하나 바꿨을 때랑 똑같았다.
그래도 바꾼 건 후회 안 한다. 지금 보면 바람이 훨씬 잘 어울린다.
그리고 저 두 캐릭터 만들기 화면이 서로 완전히 다르게 생긴걸 눈치챘을지 모르겠다. 이름을 바꾸는 사이에 화면도 통째로 갈아엎었다. 다음엔 그 얘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