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텍스트로 전쟁을 : 웹게임 혼자 만들기(1)

2026.10.09 · 밥

옛날에 같이 텍스트 웹게임 하던 길드 사람들 단톡방이 아직 있다. 그 게임이 닫히고 나서도 이 게임 저 게임 옮겨 다니면서 계속 같이 하고 있다.

근데 어느 게임을 가든 결국 나오는 얘기는 똑같다. 그때만한 게임 없냐는 거다. 누가 그 템을 처음 먹었는지, 그걸 누구한테 넘겼는지 이런걸 아직도 다 기억한다ㅋㅋ 그래픽도 없고 글자만 잔뜩 있는 게임이었는데.

다들 뭘 그리워하는건지

단톡방 얘기를 쭉 보다보니까 사람들이 그리워하는게 대충 보였다.

  1. 같이 싸울 이유가 있었다. 길드 모이고 나라 만들고 전쟁하고.
  2. 직업마다 싸우는 법이 달랐다. 내 직업이 어떤 상대한텐 지니까 세팅 고민하고 조합 맞추고.
  3. 템 하나가 길드에서 얘깃거리가 됐다.

반대로 욕 나오는 것도 맨날 똑같았다. 슈퍼 노가다, 결국 현질한 사람이 이기는 싸움, 글 안 읽는 운영자, 그러다 어느날 닫혀버리는 서버.

혼자였으면 진작 접었을 게임을 사람 때문에 붙잡고 있는걸 보면서 좀 그랬다. 앞에꺼만 남기고 뒤에꺼는 뺀 게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찾아보니까 없었다.

그럼 내가 만들어볼까

솔직히 말은 쉬운데 막막했다. 게임을 끝까지 만들어본 적도 없고, 서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 많이 들어오면 뭐가 터지는지, 밸런스는 어디서부터 잡아야 되는지 하나도 몰랐다.

아는건 그 게임들 하면서 내가 뭐에 재밌었고 뭐에 열받았는지 정도였다. 그래도 뭘 만들고 싶은지는 아니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처음에 정한것들

처음에 문서 맨 위에 적어둔게 몇 줄 있는데 지금 봐도 거의 안 바뀌었다.

  1. 글자로 싸운다. 그래픽 대신 기록이랑 숫자로.
  2. 웹으로만. 앱 안 깔고 브라우저로 폰이든 PC든.
  3. 혼자 만드니까 서버는 작고 단순하게.
  4. 옛날 재미는 살리고 불편한건 뺀다. 성장, 길드, 전쟁, 득템은 그대로. 노가다랑 하루종일 붙잡고 있어야 되는건 줄이고. 대신 전쟁은 같은 시간에 다같이 모여서.
  5. 현질로 이기는 게임은 안 만든다.
  6. 베끼지 않는다. 이름, 세계, 그림, 문장 다 새로.

이름은 TEXT WAR

이름은 별로 고민 안 했다. 글자로 하는 전쟁이니까 TEXT WAR. 이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게 전쟁이라서, 사냥이든 템이든 성장이든 결국 같이 싸우려고 하는 거다.

될까?

설레긴 했는데 겁도 났다. 이걸 진짜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다가 만 다른것들처럼 폴더 하나로 끝나는거 아닐까.

그래서 개발일지를 쓰기로 했다. 잘되면 잘된대로 망하면 망한대로 적어둘 생각이다. 아마 망하는 얘기가 더 많을 거다.

다음엔 기획서 처음 써본 얘기를 하려고 한다. 숫자 하나 바꾸면 열군데가 같이 바뀌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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