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다시 설계하다 : 웹게임 혼자 만들기(13)

2026.10.10 · 밥

게임 이름이 TEXT WAR다. 전쟁이 이름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 전쟁을 한 번 통째로 버리고 다시 만들었다.

처음 만든 전쟁

처음 전쟁은 옛 텍스트 웹게임에서 하던 그대로였다. 일주일에 두 번, 정해진 저녁 시간에 길드원들이 모여서 거점을 두고 싸운다. 수비하는 사람은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공격하는 사람은 한 명씩 붙어서 이기면 거점을 깎는다. 시간이 끝났을 때 거점을 쥔 길드가 도시를 공격할 수 있다.

옛날에 그 시간이 정말 재밌었다. 다들 저녁 먹고 그 시간에 맞춰 들어와서 채팅창이 터지던 기억이 있다.

근데 나는 그 시간에 못 들어간다

만들어 놓고 보니까 걸리는 게 있었다. 지금 이 게임을 할 사람들이 그 시간에 매번 들어올 수 있을까. 누구는 회사가 늦게 끝나고, 누구는 아이를 재워야 한다. 주변 얘기를 들어 봐도 "신청만 해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길드전이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꼭 접속해야 하는 전쟁은, 그 시간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만의 전쟁이 된다. 처음엔 거점전만 잠깐 꺼 두자고 했다. 그러다 아예 지우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전쟁은 실시간이 아니라 미리 배치하는 걸로 하고 싶다. 대신 전략과 전술이 있었으면 좋겠다.

미리 짜는 전쟁

새 전쟁은 이렇게 돌아간다.

전쟁은 선전포고로 시작한다. 길드장이 상대 길드에 선전포고를 하고, 상대 도시 하나를 건다. 받은 쪽은 거절할 수 없고, 건 쪽도 취소할 수 없다. 선포는 세계 소식에 뜬다.

그다음은 참전 신청. 길드원은 참전 신청만 누르면 된다. 누른 순간의 장비와 세팅으로 싸운다.

그리고 작전을 짠다. 전쟁은 6라운드다. 라운드마다 공격할지, 수비할지, 쉴지 고르고, 목표를 성문, 보급고, 본진 중에서 고른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작전이 잠기고, 라운드마다 결과가 하나씩 공개된다. 마지막에 승패와 도시 주인이 정해진다.

선전포고. 한 번 누르면 취소할 수 없다.
선전포고. 한 번 누르면 취소할 수 없다.

제일 고민한 건 "미리 짜는데 어떻게 전술이 생기냐"였다. 그래서 넣은 게 조건부 명령이다. "만약 우리 성문이 무너졌으면 본진을 지키고, 아니면 성문을 지킨다." 이런 식으로 라운드마다 하나씩 걸 수 있다.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대신,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미리 생각해서 적어 두는 거다.

작전표. 라운드마다 "만약 ~이면, 아니면"을 걸 수 있다.
작전표. 라운드마다 "만약 ~이면, 아니면"을 걸 수 있다.

길드장은 여기에 더해 출전 순서랑 지휘 카드 세 장을 정한다. 기습, 철벽, 위장, 총공격. 그리고 상대 작전은 끝날 때까지 안 보인다. 서로 상대 머릿속을 읽어야 한다.

돌려 보니 공격이 안 됐다

다 만들고 나서 가상 길드끼리 전쟁을 수십 번 돌려 봤다. 그랬더니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공격하는 쪽이 이기질 못했다. 받은 쪽이 작전을 하나도 안 내도.

이유를 찾아보니 갓 만든 캐릭터로는 성문을 아예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성문이 너무 튼튼했다. 성문을 낮추고, 작전 짜는 게 막막한 사람을 위해 '추천 작전' 단추도 만들었다. 다시 돌리니 그제야 양쪽 다 이길 수 있는 전쟁이 됐다.

라운드 결과. 누가 누구와 붙었고, 성문이 어떻게 됐는지 한 판씩 볼 수 있다.
라운드 결과. 누가 누구와 붙었고, 성문이 어떻게 됐는지 한 판씩 볼 수 있다.

하루 만에 지운 연습 전쟁

새 전쟁을 올릴 때 하나를 더 넣었었다. 도시를 걸지 않는 전쟁. 지면 잃는 게 없으니 부담 없이 연습해 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올리고 나서 선전포고 화면을 다시 보는데, 그 선택지가 계속 눈에 걸렸다. 그리고 혼잣말이 나왔다.

전쟁에 연습이 어디 있어.

전쟁은 잃을 게 있어야 전쟁이다. 도시를 걸지 않으면 그건 그냥 대전이다. 선전포고가 무거운 이유도, 취소가 안 되는 이유도, 다 걸린 게 있어서다. 연습 전쟁이 있으면 진짜 전쟁이 가벼워진다.

그날 바로 지웠다. 올린 지 하루도 안 돼서였다. 패치노트에는 명예전을 없앴다고 한 줄로 적었다.

이제 진짜로

설계는 끝났고, 가상 전쟁도 수없이 돌렸다. 근데 가상은 가상이다. 진짜 사람들이 진짜 작전을 짜서 붙어 봐야 안다.

다음엔 첫 전쟁 시험 얘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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